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

장소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이란 무엇일까? 장소마다 옷차림이라는 것이 다 정해져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서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고 갔다면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반항아로 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상황과 장소에 따라 차려 입어야 되는 옷차림이 달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예의라고도 하고 질서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본능적인 부분에서 필요나 한 것인가? 그 부분에 정신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는가? 나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옷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옷에 대한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초도고 비만이라 맞는 옷이 없어서 맘에 드는 옷이 전혀 없는 관계로 포기했다고 보는게 맞겠다.

상황에 따라 옷을 고르는 것은 많은 신경을 써야되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나 또한 맞는 옷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 별로 선택권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번 외출을 할 때면 많은 시간을 쓰곤 했다. 회사 면접이나 데이트를 갈 때는 물론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오히려 회사 면접은 편한 면이 있다. 맞춰놓은 정장 한벌이면 족하다. 물론 여기서 더 많이 신경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정장은 변함이 없는데 내 몸이 변하는 바람에 매번 허리가 맞지 않아서 맨 윗 단추는 닫지도 못하고 허리끈으로 대충 걸쳐 놓았다. 면접보러 가는 여정중에 바지가 밑으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나지 않게 신경쓰느라 면접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생각도 제대로 못하고 부랴부랴 면접장에 도착해서 긴장과 초조함만 느끼다가 면접을 보곤 했다. 물론 그렇게 면접을 보면 단순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긴장해서 식은땀만 흘리다가 면접이 마무리 되었고 보통 결과도 좋지 않았다.

데이트는 어떤가? 뭔가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사면 몸에 맞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도 그게 가장 좋게 보이니까 꾸역꾸역 몸을 쑤셔넣고 나간다. 그러다 보면 데이트를 하는데도 불편해서 신경이 자꾸 쓰이고 잠깐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면 무척 맘에 안들고 하다보니 자신감은 떨어지고 결국에 그날 데이트는 실패하게 된다.

나와 같이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경험을 한 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옷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아서 매체에 나오는 연애인들이나 모델들을 보면 분명 멋있어 보이는 옷들이 막상 같은 옷을 사도 내가 입으면 영 볼품 없고 환불하고 싶은 생각만 드는 것은 다이어트에 실패한 패배자의 하소연 같았다. 물론 지금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적당히 보기 좋은 옷을 입고 다닌다. 이미 디자인에 대한 미적 감각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대충 입고 다녀서 그런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표준 체중이 되었는데도 멋있어 보이는 옷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면 아마 이렇게 까지 고생했는데 혹시나 멋있는 옷을 입어도 불품 없다면 스스로가 너무 비참할거 같아서 망설이고 있을 수도 있다.

너무 내 얘기만 했는데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나는 사회적인 평판이라는 것에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다. 그래서 상황에 맞는 옷을 입으려고 노력하고 절대로 튀지 않고 남들 하는 대로 옷을 입고 다녔었다. 젊었을 적에 남들은 일탈도 하면서 피어싱이나 타투도 하고 염색도 하지만 나는 완전한 모범생 그 자체였다. 물론 나처럼 모범생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친구들도 나와 같이 살아온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드레스코드가 정해진 레스토랑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참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옷차림 뿐만이 아니다. 남자들의 경우를 보면 좋은 차나 시계에 목숨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자들의 경우는 또 어떤가? 명품으로 치장해야 하고 비싼 화장품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모든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도 미국인들의 복장을 보면 직장 생활하는 남자들이 넥타이를 다들 메고 다니는 것과 결혼식에 초대되어서 참가 할 때는 다들 정장 차림으로 참석하는 것을 보았다. 그처럼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사회가 원하는 상황에 맞는 복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상황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남들이 하니까 무조건 옳은 것인가?

가정을 해보도록 하자 만약에 상황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일이 초래될까?

  1.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법적인 문제는 없는가?
  2.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평판에 문제는 없는가?
  3.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창피한가?
  4.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는가?
  5.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그 외 손해가 발생하는가?

옷을 입지 않거나 거의 벗은 상태로 돌아다니면 공연음란죄로 체포 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행동은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는 어디서도 하면 안되는 행동이기 때문에 배제하겠다. 그러한 특수 경우를 제외하면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도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것이다.

평판은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해야 되는 일터에 반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등장하면 그날로 안좋은 소문이 돌고 직장내의 평판에는 확실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창피한지에 대한 문제는 개인차가 크고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쓸모없는 논쟁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옷차림이 상황에 맞지 않다고 벌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속해있는 집단의 규율에 따라 벌금을 정해 놓았다면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는 있다.

결혼을 염두에 뒀다면 나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여자친구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가는 것은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줘서 결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럼에도 맘에 들어서 결혼을 할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라는 것은 별로 지킬 필요 없는 쓸데없는 편견 같이 보인다. 어쩌면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라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과 편견에 다른 사람들을 가둬놓는 감옥이고 족쇄가 아닐까?

과거 대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것은 언제나 멋들어진 정장에 화면에는 온갖 글씨와 도표로 무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딱딱한 표정의 참가자들과 함께 하였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에 검은티 한장 걸치고서도 전 세계인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제껏 상황에 맞는 옷차림과 형식을 고집했던 사람들은 틀렸다.

편견과 틀을 벗어 던지고 혁신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오늘날의 뉴리치들은 형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일 잘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성공한다.

By JH

이제 알겠는가? 지금껏 생각 없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 왔던 모든 것들이 나를 구속하는 감옥이 아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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