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차를 타고 캐나다 국경을 넘을 때는 검사가 비교적 까다롭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었는데 미국 국경을 넘을 때는 기차를 세워 놓고서 사람들을 한사람씩 불러서 미국에 오게 된 목적 등을 물어 보았다.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할 때보다는 느슨했지만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과거 미국 어학연수 기간에 무었을 했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 많이 귀찮았다. 그래도 문제 없이 입국 절차를 거쳤다. 뉴욕에 도착해서는 워싱턴 가는 기차로 환승하였다. 미리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구매하였기에 별 문제 없이 환승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워싱턴 가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밤에 기차가 출발했고 여행의 피로도 풀 겸 잠을 가면서 이동을 했는데 어느 순간 기차가 멈추고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선로에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조치가 불가능하여 부득이하게 필라델피아에 서 기차가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차 회사 측에서 다른 운송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필라델피아에 내려서 다른 교통편을 찾아보았는데 때마침 밖에는 비가 많이 와서 뭔가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이 꺼려졌다. 시간은 아침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역사에는 와이파이가 되는 구역이 있어서 그곳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메가버스를 예매하였다. 그 당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인터넷은 와이파이에 의존하고 유료 통신망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켜놓고 버스 터미널을 체크 한 뒤에 그대로 스마트폰의 지도에 의지해서 버스 터미널을 찾아 나섰다. 그렇지만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새벽을 헤매고 다녔는데도 버스 터미널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에 역사에 다시 도착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까 지나쳤던 일반 시내버스 정류장 처럼 생긴 곳이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다시 그곳에 도착하니 버스가 마침 와서 손님들을 태우는 중이었는데 이른 시간에 비도 오고 그래서 그런지 탑승객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워싱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는 이틀정도 머물 계획으로 갔는데 숙소가 주거지 인근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심지에서 좀 벗어나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백악관이 위치한 행정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한가한 느낌이 들었고 집들도 대부분이 전원주택이었다. 아직도 그 곳을 캐리어를 끌고 걸어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 좋은 느낌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했는데 저가 호텔이라서 그런지 서울에 있는 왠만한 모텔보다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다. 그래도 미국의 오래된 호텔을 경험하는 것조차 재미나게 느껴지셨는지 어머니는 좋아하셨다. 그렇게 숙소를 잡고 백악관도 구경하고(솔직히 별로 볼 건 없었다.)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좀 했고 워싱턴에 있는 쇼핑몰에도 가서 뭐 살 것이 있는지 구경도 하였다. 그렇게 별다른 계획 없이 들렸던 워싱턴에는 크게 한 것이 없었다. 사실상 워싱턴은 고모님 댁에 방문하기 전에 거쳐야만 하는 곳이라 기왕이면 들려서 구경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집어넣은 스케줄이라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좀 진지하게 계획을 잡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 후회가 좀 되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 만족하셨기에 그것으로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워싱턴에서 고모님 댁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 들렸는데 그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워싱턴에서 다른 음식을 먹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곳에서 먹은 식사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무게를 측정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식당이 기차역 안에 있었는데 매우 큰 미트볼이 생각보다 더 맛이 있었다. 미트볼에 샐러드 파스타 등 먹고 싶은 음식을 덜어서 계산 했는데 생각한 것 보다 더 저렴했다. 아무래도 서빙을 따로 하지 않고 개인이 알아서 덜어 먹는 시스템이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는 거 같았다.
고모님 댁에는 그 후에 기차를 타고 갔다. 워싱턴에서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고모님 댁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뉴욕에서 캐나다 그리고 다시 뉴욕을 거쳐 필라델피아에 멈췄다가 워싱턴으로 가는 기차와 버스를 총망라한 여행을 하다 보니 워싱턴에서 고모님 댁에 가는 시간이 8시간이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얼마 안 걸린것 처럼 느껴졌다. 노스캐롤라이나 북부에 위치한 그린스보로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은 처음 기차에서 내렸을 때도 역이 작아서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마치 한국의 시골 동네에서 기차에서 내린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모님 댁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그날은 고모님께서 해주신 밥을 먹었다. 고모님께서 한식을 대접해주셨는데 어머니께서는 미국에 있는 동안은 다양한 식문화를 체험하고 싶으셔서 그런지 조금 아쉬워 하셨다. 물론 고모님께서 해주신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이튿날에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고모님의 차를 타고 동부 해안을 거쳐서 플로리다주로 휴가를 출발했다. 사실 고모님께서 초대하신 것은 모처럼 고모님도 마침 휴가이니 같이 휴가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초대를 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길고 긴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였다.